심박 벨트냐 발 센서냐 — 러닝 데이터를 더 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Garmin 워치에 심박 벨트나 Stryd 발 센서를 더하면 볼 수 있는 러닝 데이터가 달라진다. 이 글은 HRM 600의 SSL·러닝 이코노미와 Stryd의 LSS·ILR, Duo의 좌우 데이터를 비교해 어떤 센서가 필요한지 정리한다.

지난 글의 끝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다리가 스프링처럼 눌렸다가 튀어 오르는 정도, 착지 순간 충격이 얼마나 가파르게 걸리는지, 좌우가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는지는 손목 센서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이 지표들을 보려면 추가 센서가 필요하다고.

이번 글에서는 그 이야기를 이어간다. 무엇을 더하면 무엇이 새로 보이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실제로 어떤 갈림길인지를 짚어보려 한다.


먼저, 시계 하나로 어디까지 되는가

지난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Garmin 워치를 손목에 착용 후 달리면 다음과 같은 지표를 알 수 있다.

  • 케이던스, 스트라이드 길이
  • 접지시간(GCT)
  • 수직진동(VO), Vertical Ratio
  • 러닝파워 (모델에 따라)

Vertical Ratio는 수직진동을 스트라이드 길이로 나눈 비율이다. 한 걸음에 앞으로 나아간 거리 대비 위아래로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백분율로 보여준다.

러닝파워는 달리는 데 들어가는 힘을 와트(W)로 나타낸 값이다. 다만 자전거처럼 페달에서 힘을 직접 재는 “측정값”이 아니라, 다른 지표들을 이용해 계산해낸 “추정값”이다. 브랜드마다 계산 방식이 달라 절대적인 기준이랄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지표를 보조적으로만 참고하고, 이 글에서도 따로 다루지 않는다.

시계 하나만으로도 꽤 많은 걸 읽을 수 있다. 같은 페이스에서 GCT와 VO가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폼의 변화를 어느 정도 추적할 수 있다.

시계만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좌우 밸런스다. 그리고 다리 강성(LSS)이나 착지 충격의 가파름(ILR)도 손목에서는 계산할 수 없다.


그럼 뭘 더할 것인가 — 두 갈래

여기서부터 선택지가 갈린다. 크게 보면 두 방향이다. 가슴에 심박 벨트를 차거나, 신발에 Pod를 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어느 쪽을 고르느냐에 따라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지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Garmin의 HRM 계열 심박 벨트는 가슴에 달려 상체의 움직임을 함께 읽는다. Stryd는 신발끈에 다는 작은 센서로, 발의 움직임을 직접 측정한다.

일단 두 방법 다 공통적으로 측정하는 지표가 있다. 손목의 시계는 팔의 움직임으로부터 다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간접적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두 계열의 추가 센서는 그보다 실제 움직임에 가까운 지점에서 잰다. 한쪽은 몸통에서, 다른 쪽은 발에서. 그래서 GCT와 VO의 측정 안정성을 높여주고, 손목만으로는 안 나오던 좌우 밸런스를 알려준다.

진짜 차이는 각자만 주는 지표에 있다.


HRM 쪽이 측정하는 것 — SSL과 러닝 이코노미

가슴에 착용하는 검은색 Garmin HRM 600 심박 벨트
Garmin HRM 600 심박벨트. 각종 러닝 다이나믹스 지표와 함께 SSL, RE를 제공

Garmin의 최신 심박 벨트인 HRM 600은 아직 직접 써보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실측이 아니라 스펙과 자료를 조사해 정리한 내용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HRM 600이 새로 측정하는 지표는 Step Speed Loss(SSL)러닝 이코노미다.

SSL은 착지할 때 감속 없이 페이스를 유지하는지를 나타낸다. 계산 방식은 이렇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의 전진 속도와, 그 스텝 동안 가장 느려지는 시점의 전진 속도를 비교해서 그 차이를 cm/s로 잰다. 아무리 일정한 페이스로 달려도 발이 땅에 닿는 순간에는 전진 속도가 한 번 꺾이는데, 그 꺾이는 폭이 SSL이다. 값이 낮을수록 제동이 적고, 잃은 속도를 되찾는 데 힘을 덜 써도 된다는 뜻이다.

러닝 이코노미는 SSL보다 한 단계 위의 종합 지표다. 심박수, 속도, 그리고 스트라이드 길이·GCT·VO·SSL 같은 러닝 다이내믹스를 함께 묶어서 산출한다. 원래 러닝 이코노미는 실험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산소소비량을 재는 방식으로 측정하는 게 표준인데, Garmin은 그 대신 손목시계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만으로 비슷한 값을 추정한다. 정확도는 실험실 측정에 못 미치겠지만, 매 러닝마다 값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다르다.

하지만 여기에 조건이 붙는다. 이 두 지표는 벨트만 산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Forerunner 970 같이 100만 원 안팎의 일부 최고가 라인의 시계와 연동되어야 측정이 가능하다. Forerunner 170, 265, 570에서는 SSL과 러닝 이코노미가 아예 표시되지 않고, 결국 기존 HRM-Pro와 같은 지표만 얻게 된다.

참고로 구형 HRM-Pro와 HRM-Pro Plus는 단종됐고, 함께 판매되는 HRM 200은 심박 전용이라 러닝 다이내믹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지금 새로 산다면 HRM 계열의 선택지는 사실상 HRM 600 하나뿐이다.


Stryd 쪽이 측정하는 것 — LSS와 ILR

좌우 신발에 착용하는 검은색 Stryd 센서 두 개
Stryd Duo. 같은 모델인 2개의 센서를 각 신발에 착용한다.

Stryd는 신발끈에 다는 작은 센서다. 발에 달려 있다는 게 핵심이다. 손목이나 가슴보다 실제 접지가 일어나는 지점에 훨씬 가까운 위치에서 데이터를 얻는다.

Stryd가 새로 측정하는 지표는 아래와 같다.

LSS(Leg Spring Stiffness) — 달릴 때 다리를 하나의 스프링처럼 봤을 때, 착지 하중에 얼마나 단단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발에 붙은 센서로 발의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추적하기 때문에, 손목이나 가슴에서는 얻기 어려운 정보를 쓸 수 있다.

ILR(Impact Loading Rate) — 착지 직후 힘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는지를 나타낸다. 충격량 자체가 아니라 충격을 받아내는 방식에 가까운 값이다. 이것도 착지 순간의 움직임을 발에서 직접 읽어야 의미가 있다.

듀티팩터(Duty Factor) — 접지시간과 체공시간의 비율이다. GCT만 알면 계산 자체는 가능하지만, Garmin은 이 값을 따로 보여주지 않는다. Stryd는 이 값을 정식 지표로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한 발에만 Stryd를 달아도 측정할 수 있다.

좌우 Balance를 보고 싶다면 Duo가 필요하다. Duo는 별개의 제품이라기보다, 같은 Pod를 반대쪽 신발에도 하나 더 다는 구성이다. 하나만 달면 하나의 평균값만 알 수 있고, 양쪽에 달면 왼발과 오른발을 따로 측정한다. 그래서 GCT 좌우 밸런스만 놓고 보면 센서 하나만으로 알려주는 HRM 계열이 장점이 있다. 다만 LSS와 ILR까지 좌우로 나눠 보려면 Stryd Duo가 필요하다.

Duo의 또 다른 특징은 Footpath이다. 이는 러닝 중 발의 움직임을 측정하여 스윙의 궤적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다만 Footpath를 보기 위해서는 매달 $14.99의 유료멤버십이 필요하다.

  • GCT 밸런스, LSS 밸런스, ILR 밸런스, VO 밸런스 — 좌우 비대칭 정도
  • Footpath — 발의 움직임 궤적 자체 (별도 멤버십 필요)

부상 이후 회복 과정을 추적하는 입장에서는 이 좌우 데이터가 특히 의미가 있다. 다치기 전과 후에 몸이 좌우를 다르게 쓰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HRM 쪽과 다른 점은 호환성이다. Stryd는 Garmin, Apple Watch, COROS 등 여러 플랫폼과 연결되지만, 지표가 기록되는 방식과 지원 범위는 기기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현재 COROS 시계에서는 ILR을 직접 기록할 수 없고, Stryd 앱의 오프라인 동기화가 필요하다(Stryd 공식 안내).


정리하면 — 문턱의 구조가 다르다

두 계열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시계만HRM 600Stryd (Single)Stryd Duo
케이던스, 스트라이드
GCT, VO, Vertical Ratio
GCT 밸런스--
SSL, 러닝 이코노미-최고가 라인만--
LSS, ILR, 듀티팩터---
LSS, ILR, VO 좌우 밸런스---
Footpath---유료 멤버십 필요

지표 목록보다 중요한 건 문턱이 걸리는 위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HRM 계열은 전부 아니면 전무에 가깝다. 벨트를 사도 시계가 최고가 라인이 아니면 SSL과 러닝 이코노미가 측정되지 않는다. 이 계열의 차별점 전체가 시계 조건에 묶여 있는 셈이다.

Stryd 계열은 단계적이다. 하나만 사도 LSS·ILR·듀티팩터라는 핵심 차별점을 확보할 수 있다. Duo는 거기에 좌우 정보를 얹는 선택지이지, 핵심 지표를 측정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아니다.

브랜드 종속성도 다르다. HRM 계열은 Garmin 생태계 안에서만, 그것도 특정 시계 등급에서만 제 기능을 한다. Stryd는 Garmin 외 여러 브랜드 시계와도 연결된다.

그래서 실제 선택은 대체로 이렇게 정리된다. 이미 Forerunner 970급 시계를 쓰고 있다면 HRM 600을 더하는 게 자연스럽다. 심박 데이터도 정확해지고 SSL과 러닝 이코노미까지 따라오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벨트를 사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좌우 밸런스가 열리는 정도다.

반대로 호환되는 시계와 함께 다리가 어떻게 눌리고 튀어 오르는지(LSS), 착지 충격이 얼마나 가파른지(ILR)를 보고 싶다면 Stryd 하나면 된다. 그리고 좌우 차이까지 궁금해지는 건 대체로 그다음 단계다. 처음부터 두 짝을 갖출지, 하나로 시작할지는 그 궁금증이 지금 있는지에 달렸다.


그 밖의 선택지

Garmin과 Stryd 말고도 러닝 다이내믹스를 보강해주는 센서가 하나 더 있다. 짧게만 짚고 넘어간다.

허리 또는 신발에 착용하는 흰색 COROS POD 2 센서
COROS POD 2. 허리 또는 신발에 착용한다.

COROS POD 2 — COROS는 독자적인 러닝 시계 브랜드이고, POD 2는 허리나 발에 착용해 GCT, 좌우 밸런스, Stride Height 같은 지표를 보강해주는 보조 센서다. 다만 COROS 시계 사용자에 한정된 생태계이고, 국내에서는 사용자 기반 자체가 훨씬 작다.

지표 구성도 앞에서 다룬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이것 때문에 시계를 바꿀 만한 이유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참고로 COROS 시계를 쓰더라도 Stryd는 그대로 붙는다.


그래서 무엇을 볼 것인가

센서를 늘리면 손목에서 추정하던 것을 실제 움직임이 일어나는 지점에서 재게 되고, 그만큼 더 세부적인 순간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같은 변화라도 원인을 좁힐 수 있다. 시계만 있을 때는 GCT가 줄었다는 사실까지만 알 수 있다. 다리를 더 단단하게 썼기 때문인지, 착지 방식이 바뀐 것인지, 그저 그날 컨디션이 좋았던 것인지는 구분되지 않는다. 반면 LSS나 ILR이 함께 보이면 그 변화가 어디서 왔는지 짐작할 여지가 생긴다. 좌우를 나눠 보면 한쪽 다리만 달라졌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이번 글의 이야기다. 그런데 장비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가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볼 수 있는 숫자가 많아질수록 질문도 함께 늘어난다. 이 값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화면에 뜨는 숫자는 다 직접 측정한 값인가. 그리고 화면에 아예 안 나오는 값을 직접 계산해볼 수는 없는가.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들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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